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개정 형법은 2026년 9월 13일 시행됐습니다. 새로 만들어진 형법 제98조의2는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를 위해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중개하거나 이를 방조한 사람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합니다.
Reuters는 이번 법 시행을 두고 한국이 반도체와 전략산업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틀을 강화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기존에는 북한이 아닌 외국 정부나 기업이 관련된 사건에서 간첩죄 적용이 어려워 산업기술보호법이나 영업비밀 관련 법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 변화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북한을 위해 국가기밀을 빼돌리면 간첩”이라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다른 외국이나 외국과 연결된 조직을 위한 국가기밀 유출도 간첩범죄로 다룰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반도체는 더 이상 단순한 수출품이 아닙니다. 스마트폰, 서버, 자동차, 국방장비, 통신망 등 현대 산업 전반의 기반이기 때문에 각국 정부는 반도체를 경제안보 자산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DRAM, HBM, 첨단 공정기술은 기업 하나의 영업비밀을 넘어 한국 수출과 산업 경쟁력에 직접 영향을 주는 기술입니다.
Reuters는 이번 법 시행 배경으로 최근 여러 기술유출 사건을 언급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전직 삼성전자 직원 등이 중국 메모리 업체 CXMT에 DRAM 제조기술을 넘긴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있습니다. 별도의 Reuters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이 사건에서 삼성의 10나노급 DRAM 공정정보가 유출됐다고 봤습니다.
기존 형법의 간첩죄는 ‘적국’을 중심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한국 법원에서 이 개념은 사실상 북한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돼 왔습니다.
따라서 예를 들어 국내 반도체 기술을 다른 나라의 기업이나 기관에 넘긴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그 행위가 매우 중대하더라도 형법상 간첩죄 적용은 쉽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대신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부정경쟁방지법, 영업비밀 관련 규정 등을 활용해야 했습니다.
새 제98조의2는 이 틈을 메우기 위해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라는 표현을 새로 넣었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공개된 형법 제98조의2의 핵심은 네 가지입니다.
처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중요한 팩트체크: 외국 기업으로 이직하거나 해외 회사와 기술협력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간첩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 적용에는 ‘국가기밀’과 ‘외국 등을 위한 행위’, 그리고 지령·사주·의사 연락 등의 요건이 문제됩니다.
이번 뉴스를 보고 가장 쉽게 생길 수 있는 오해가 있습니다.
모든 반도체 기술유출 사건이 자동으로 간첩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 제98조의2는 단순한 영업비밀이 아니라 ‘국가기밀’을 대상으로 합니다. 따라서 회사 내부자료가 유출됐다고 해서 항상 이 조항이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실제 재판에서는 어떤 첨단산업 정보가 국가기밀에 해당하는지, 외국 기업과의 접촉이 어느 수준에서 ‘외국 등을 위한 행위’로 평가되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반도체 제조기술은 한번 유출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공정조건, 소재 조합, 장비 설정값, 수율 개선 노하우처럼 문서 몇 장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기술도 많지만, 핵심 엔지니어와 상세 공정자료가 함께 넘어가면 경쟁사가 수년의 연구개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국가정보원은 산업기밀보호센터를 통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배터리 등 첨단기술의 해외 유출을 추적하고 있으며, 실제로 협력업체 직원이나 퇴직 연구원 등을 통한 기술유출 사례를 공개해 왔습니다.
특히 반도체는 공정 하나가 아니라 수백 개의 세부 제조단계가 연결된 산업이기 때문에 일부 핵심 정보만 유출돼도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번 법 변화가 당장 스마트폰 가격을 바꾸거나 일반 소비자의 일상에 직접적인 제한을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 기업의 기술경쟁력이 유지되는지, 국내에서 연구개발 투자가 계속될 수 있는지와 연결됩니다.
반도체 기술이 빠르게 유출돼 해외 경쟁사의 추격 속도가 빨라지면 한국 기업의 수익성과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보호가 지나치게 강해져 정상적인 글로벌 협력이나 연구자 이동을 위축시킨다면 산업 경쟁력에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보호와 정상적인 국제협력 사이의 균형입니다.
이번 이슈는 해외 IT 뉴스가 아니라 한국 산업 자체의 문제입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장비·소재·부품 기업, 중견기업, 스타트업까지 모두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기술유출은 대기업보다 보안 인력과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협력업체에서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국가정보원도 과거 협력업체 직원을 통한 반도체 핵심기술 유출 사례를 공개하며 공급망 전체의 보안 필요성을 강조해 왔습니다.
이제 기업 보안은 단순한 USB 차단이나 문서 반출 통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퇴직자 관리, 해외채용, 협력사 접근권한, 클라우드 저장, 개인 이메일, 메신저, 연구자료 출력·촬영까지 모두 산업보안의 일부가 됐습니다.
새 법이 시행되면서 산업계 일부에서는 적용 범위가 어디까지 넓어질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됩니다.
한국 기업들은 해외 고객, 연구기관, 합작법인, 외국 정부와 일상적으로 기술자료를 주고받습니다. 특히 방산이나 첨단산업은 정부 승인 아래 해외 이전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합법적 수출과 기술협력이 불필요하게 위축되지 않으려면, 실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국가기밀’과 ‘외국 등을 위한 간첩행위’의 기준이 명확하게 축적돼야 합니다.
첫째, 실제 첫 적용 사건이 무엇이 될지가 중요합니다. 법률 문구보다 실제 수사와 판결이 적용 범위를 구체화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국가기밀’의 범위가 어디까지 인정될지 봐야 합니다. 첨단 반도체 공정, 국방기술,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산업정보 가운데 어느 수준의 정보가 형법상 국가기밀로 인정되는지가 핵심입니다.
셋째, 정상적인 해외 취업과 기술협력이 위축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이 얼마나 명확해질지도 중요합니다.
넷째, 기술유출 방지정책이 대기업 중심에서 협력사와 중소기업까지 확대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산업스파이: 기업이나 국가의 핵심기술·영업비밀을 불법적으로 획득하거나 외부로 유출하는 행위자.
국가기밀: 국가안보와 관련돼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이 중요한 정보. 구체적인 인정 범위는 사건별 법률판단이 필요합니다.
국가핵심기술: 해외 유출 시 국가안보와 국민경제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수 있어 법에 따라 특별 관리되는 산업기술.
DRAM: 컴퓨터와 스마트폰, 서버 등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
HBM: 여러 개의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 쌓아 매우 높은 데이터 처리속도를 구현하는 고대역폭 메모리.
2026년 9월 13일부터 한국의 간첩죄는 북한 중심의 오래된 구조에서 벗어나 다른 외국이나 이에 준하는 단체와 연계된 국가기밀 유출까지 다룰 수 있게 됐습니다.
이번 개정은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등 첨단기술 경쟁이 단순한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안보와 경제안보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만 모든 산업기술 유출이 간첩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적용에는 국가기밀 여부와 외국과의 연결관계 등 법적 요건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반도체 경쟁은 더 좋은 칩을 만드는 싸움뿐 아니라, 이미 만든 기술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Reuters, “South Korea's expanded espionage law takes effect amid push to protect chip technology”, 2026년 9월 13일.
국가법령정보센터, 형법 제98조의2(외국 등을 위한 간첩), [법률 제21450호, 2026년 3월 12일 일부개정 / 2026년 9월 13일 시행].
국가정보원, 산업보안·경제질서 보호 — 기술유출 현황 및 사례, 확인일 2026년 9월 14일.
Reuters, “South Korea charges 10 over alleged chip technology leak to China's CXMT”, 2025년 12월 26일.